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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더스리그> CEO특별좌담회 사진. 왼쪽 부터 박미례 수성엔지니어링 회장, 정연승 인터컨스텍 부사장, 이진옥 이크레더블 대표 . 안윤수기자 ays77@ |
-박미례, 쌓인 스트레스 풀고 미래 위해 다시 뛸 힘 비축
-이진옥, 꼴찌팀도 다함께 즐기는 야구…룰 존중하는 문화
-정연승, 갑·을 없는 범건설인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위기의 시대, 스포츠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와 경영은 닮은꼴이다. 맹수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달리기, 창던지기와 같은 스포츠가 발달한 것처럼 경영학도 치열한 기업간 생존경쟁 속에서 탄생했다.
본지는 2010년 ‘국토사랑 건설경제 하프마라톤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국내 유일의 범건설인 야구대회인 ‘건설경제 빌더스리그’를 출범시키는 등 불모지나 다름없던 건설업계의 스포츠 활성화를 주도해왔다. 빌더스리그 출범에 일조한 3사 대표에게서 빌더스리그의 성과와 과제, 스포츠 경영의 필요성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위기일수록 도전하고 극복하는 스포츠 정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본지 박봉식 정경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박미례 수성엔지니어링 회장, 이진옥 이크레더블 대표, 정연승 인터컨스텍 부사장이 참석했다.
◇사회 = 박봉식 정경팀장
-빌더스리그에 사내 동호회를 참가시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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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례 = 시공·설계·자재 등 건설기업과 유관단체, 공공기관을 아우르는 범건설인 축제의 장이 만들어졌는데, 우리 회사 야구동호회가 빠질 수 있나. 당연히 참가했다. 현장 일이 많은 건설사와 달리 엔지니어들은 하루 종일 책상에서 근무한다. 일주일 내내 운동할 시간이 없다. 주말 야구는 구세주다.
△정연승 = 직원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선청했다. 땀을 흘리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쌓은 연대감이 좋다. 매주 월요일 <건설경제>를 통해 경기 결과를 확인하는 것도 큰 재미다.
△이진옥 = 우리 야구 동호회는 지난해 처음 창단했다. 작년엔 지역리그에서 뛰었는데, 그 때 동호회끼리는 친한데, 리그 사람들과는 교류가 없더라. 올해 빌더스리그로 옮겨오고선 달라졌다. 참가팀들 간 정보교류도 많고 훨씬 끈끈해졌다. 다른 리그에선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다. 건설업 전체로 보면 좋고 의미있는 일이다.
-빌더스리그 참가 후 뭐가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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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례 =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체력도 길러지고 운동을 통한 일체감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부처 간 칸막이가 사라졌다. 엔지니어링 업무 특성상 협업이 필요한데, 그동안은 타 부서에 무관심했다. 운동을 함께 하면서 친해진 부서들은 업무협조도 원활해진 것 같다.
△정연승 = 공감한다. 우리회사는 부처마다 4개층을 따로 쓰는데 업무교류는 있었지만 인간적으론 거리가 멀었다. 야구를 시작한 뒤론 교류가 잘되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소통이 한결 원활해졌다. 함께 운동하는 임직원 간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
△이진옥 = 회사 내부적으론 우리 동호회가 언제 첫 승(8월24일)을 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면서 회사에 대한 소속감도 커진 느낌이다. 우리팀이 현재 꼴찌다. 아쉽지만 즐겁게 운동하는 것 같아 보기 좋다.
-빌더스리그에 바라는 점은
△정연승 =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그 동안 젊은 건설인들이 한데 모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행사가 턱없이 부족했는데, 빌더스리그는 좋은 본보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5년, 10년 후에는 건설인 야구 전용구장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시공사, 발주처, 용역사, 전문건설업체 등 다양한 멤버들이 함께 하고 있는 만큼 이른바 갑·을 간 경계도 허물 수 있을 것 같다.
△박미례 = 참가팀을 더 늘렸으면 좋겠다. 발주처와도 운동을 통해 몸을 부딪히면서 자연스럽게 애로사항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벽이 사라질 것이다.
-건설경제는 2010년부터 하프마라톤대회도 주최하고 있다.
△이진옥 = 대회 규모가 굉장하더라. 건설인의 힘이 느껴졌다. 유모차 끌고 나온 가족 등 마치 소풍 온 것 같았다. 각 회사별 행사 외에도 전체 참가자가 함께 모여 세를 보여줄 수 있는 메인 행사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박미례 = 하프마라톤대회 덕분에 사내 마라톤동호회(수달이)가 생겼다. 앞으로도 열심히 참가할 생각이다.
-스포츠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회사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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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목표의식이다. 단기 또는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을 위한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모든 임직원이 협력해야 한다. 스포츠와 닮은 점이다. 스포츠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기업 경영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등산, 골프, 야구, 마라톤 등 사내 동호회를 통해 직원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려고 애쓴다.
△이진옥 = 스포츠는 게임룰을 존중해야 한다. 내가 지더라도 깨끗이 승복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 직원들이 스포츠를 통해 이런 걸 스스로 깨닫게 해주고 싶다. 야구, 등산, 골프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억지로 동호회 참가를 권하는 대신 기존에 동호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재밌게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박미례 = 산악회, 마라톤, 축구, 야구, 문화동호회, 볼링 등 7개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제가 생각 못했던 효과가 의외로 많다. 직원들 표정이 너무 밝아졌다. 지원금도 적은데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걸 보면 스스로 재미를 찾아서 하는 자발적인 활동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회사가 어려운데 무슨 스포츠 동호회냐’는 시각도 있다.
△정연승 = 위기일수록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불황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팀워크, 그리고 참신한 생각이 필요하다. 불황일수록 도전하고 극복하는 스포츠 정신이 필요하다.
△박미례 = 불황이 길어지면서 스트레스 참 많이 받는다. 스포츠로 풀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일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당장 어려우니깐 이런 거(스포츠 동호회) 하지 말자, 이러면 안된다. 늘 힘을 비축해서 다시 뛸 각오를 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진옥 = 위기를 보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굉장히 빠른 성장을 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속도가 늦춰졌다(저성장). 이제는 느리게 가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느리게 가면 또다른 세상이 보인다. 걸어서 4시간 걸리는 제주 올레길은 차로 가면 15분만이면 끝난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것 같지만 ‘15분 짜리 제주도’보다 ‘4시간짜리 제주도’가 훨씬 값어치 있다. 스포츠는 이런 걸 배우게 해준다. 꼴찌팀도 야구를 즐긴다.